블랙아웃
술을 많이 마시고 기억을 잃는 것을 블랙아웃이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 정도라면 알코올 중독을 의심해봐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로 블랙아웃을 살펴보면 다른 뜻이 존재합니다. 적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구실을 하는 강력한 공격을 의미하는데요, 저는 이 영화에서는 저 두 가지 뜻 모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봉한 지 만 하루밖에 되지 않은 아주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 블랙아웃: 사라진 기억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언더커버, 마약, 배신으로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천천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음을 하고 기절하게 될 경우 다음날 상당한 긴장감과 두려움이 엄습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기억이 없는 시간 동안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차를 타고 가고 있던 존 케인은 갑자기 일렬로 달리는 차로부터 피격을 당합니다. 차량이 전복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고 기절하게 되는데 그 이후 병원에서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전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이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 허무함과 어이없음을 느끼게 됩니다. 차라리 저의 기억을 블랙아웃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체 상자에 무엇이 들었길래 이렇게 고생하는가
존 케인은 마약단속반 소속으로 멕시코의 악명 높은 카르텔에 침투하여 언더커버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게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기억이 퍼즐 맞추듯 하나씩 돌아오는데 정작 자신이 무엇 때문에 기억을 잃을 만큼의 사고를 당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억을 잃기 전 멕시코의 한 장성이 보관하고 있던 상자를 카르텔의 보스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상자와 지불하기로 한 돈을 전부 은닉해버립니다. 여기까지 봤을 때 상자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일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과한 설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개 카르텔 두목과 언더커버 그리고 마약단속반이 다루기에는 너무도 개연성이 없는 일루미나티가 언급됩니다. 그 상자 안에는 국가를 무너뜨리거나 경제를 와해시킬 만큼의 기밀 정보가 담겨 있는 일루미나티의 정보라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영화의 후반부에나 언급되는데 정말 다행스러웠습니다. 만약 초중반에 나왔다면 그냥 영화를 꺼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기억 잃은 누군가가 은닉한 정보가 일루미나티의 비밀인데 그는 마약단속반 소속 언더커버였다고 한다면 너무 억지로 만든 캐릭터 설정이 아닐까 합니다.
러닝타임이라도 짧아서 다행이다
문제는 일루미나티라는 설정이 아닙니다. 상대는 마약을 다루는 카르텔입니다. 하지만 초중반까지 나오는 격투 장면을 제외하고는 하품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멕시코 카르텔들이 특정 행동을 하거나 강조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슬로 모션으로 보여주는데 병원 로비에서 간호사를 인질로 잡고 칼을 겨누고 있을 땐 배우 캐스팅을 잘못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간호사에게 칼을 갖다 대며 한다는 대사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스트리밍 창을 닫을까 싶다가 영화의 러닝 타임이 얼마 안 남아서 참았습니다. 각본을 태국분이 쓰셨던데 너무 태국 감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액션 자체는 멋있고 참신했습니다. 병원에 있는 모든 물건을 활용하는데 액션 감독의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주사기를 이용하거나 양철 트레이를 방패 대신 쓰고, 심장 제세동기(AED)를 이용하는 등 감탄을 자아낼 장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연기력이 너무 부족하고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거기에 더욱 큰 문제는 병원 내부 시설 중 방음벽이 어설프게 설치된 곳에서 마약을 제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혀 실감 나지 않고 헐벗은 여성들만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를 제외하고 실제 영화의 상영 시간은 80분 정도인데 차라리 10분 정도를 더 늘려서 좀 더 세밀한 묘사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존 케인은 기억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고 실제로도 믿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케인과 아내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같은 마약단속반인 에디가 몰고 온 차량에 탑승합니다. 여기서도 실망감이 들었던 것은 병원에서 총격음과 추락한 사람이 있음에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것과 분명히 같이 왔던 호위 차량은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에디와 동승한 연방 요원 조차도 일루미나티였다는 것입니다. 아내를 포함 한 모두가 케인에게 총을 겨누며 고립되지만 눈치를 보고 있던 아내가 나머지를 총으로 쏴 제압합니다. 차라리 아내조차도 일루미나티였다고 했다면 나을 뻔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 안타깝습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그냥 맥주나 한 캔 드시면서 보시돼 기대하면서 보시진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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